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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다시 열린다 — 미·이란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어디로 갈까

호르무즈가 다시 열린다 — 미·이란 전쟁이 끝나면 유가는 어디로 갈까

석 달 전, 세계는 배럴당 114달러라는 숫자 앞에서 숨을 죽였다.

그리고 오늘, 그 숫자는 89달러다. 단 며칠 사이 유가가 10% 넘게 무너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답은 한 문장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

2026년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 — 종전 협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호르무즈 봉쇄가 풀리려 하고,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오늘은 이 거대한 반전이 왜 일어났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리해보려 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외신들은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핵심 골자는 이렇다.

  • 호르무즈 해협이 60일간 통행료 없이 개방된다. 이란은 해협에 깔아둔 기뢰를 제거하기로 했다.
  • 그 대가로 미국은 해협과 인근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풀고, 이란이 석유를 자유롭게 팔 수 있도록 제재 일부를 해제한다.
  • 이 60일의 휴전 기간 동안, 양측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핵심 의제로 종전 협상에 들어간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며,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폐기하기 위한 협상에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쟁의 출구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문서의 형태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이 전쟁의 불씨는 202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네바에서 열린 핵 협상이 결렬됐고, 그해 12일간의 공중전이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이라는 이름으로 이란의 군사 시설·핵 시설·지도부를 겨냥한 합동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의 보복은 즉각적이었다. 이스라엘 도시들과 — UAE·카타르·바레인에 있는 미군 기지로 미사일 세례가 쏟아졌다. 그리고 공습 몇 시간 만에,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무선으로 경고했다. 어떤 배도 통과할 수 없다.

세계 경제의 대동맥 하나가, 그렇게 틀어막혔다.

왜 호르무즈 하나에 세계가 떠는가

호르무즈 해협은 — 지도에서 보면 폭이 가장 좁은 곳이 약 33km에 불과한 작은 물길이다. 그런데 이 좁은 길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지나간다.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약 20%*다.

세계가 쓰는 석유 다섯 통 중 한 통이, 이 좁은 길목을 지난다.

그래서 호르무즈가 막히면 — 공급이 줄어들 거라는 공포만으로도 유가는 폭등한다. 실제로 에픽 퓨리 작전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14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대로 열린다는 신호 하나에 — 유가는 다시 무너진다. 오늘 브렌트유가 장중 9% 넘게 빠져 99달러로, 미국산 WTI가 89달러로 추락한 이유다.

석유 가격은 실제 공급량보다 기대와 공포에 먼저 반응한다. 호르무즈는 그 심리가 가장 격렬하게 출렁이는 세계의 수도꼭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남은 변수

낙관은 이르다. 협상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하나 박혀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통행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했다. 그런 방안을 추진한다면, 외교적 합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호르무즈를 돈 받는 길목으로 만들겠다는 이란과, 그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 60일의 휴전이 진짜 종전으로 이어질지는 — 이 한 가지 쟁점에서 갈릴 수 있다. 핵 프로그램이라는 더 큰 산은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다.

우리 지갑에는 어떤 일이 생기나

멀리 중동의 이야기 같지만 — 이 문제는 우리 일상의 한복판에 닿아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우리가 쓰는 기름의 상당량이 바로 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그래서 호르무즈가 막히면 — 단지 주유소 휘발유 값만 오르는 게 아니다.

  • 유가 상승은 곧 물류비·항공료·난방비의 상승으로 번진다.
  • 기름값은 물가 전반을 밀어 올리는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다. 즉 인플레이션과 직결된다.
  • 그것은 다시 금리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고 유가가 안정되면 — 지난 몇 달간 우리를 짓눌렀던 물가 압력이 한숨 돌릴 가능성이 생긴다. 89달러라는 오늘의 숫자가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은 총성으로 시작하지만, 그 충격은 숫자로 전 세계에 퍼진다. 배럴당 114달러는 — 한 번도 중동에 가보지 않은 사람의 장바구니에까지 도달한다.

오늘 유가가 무너졌다는 뉴스는, 단순한 시장 소식이 아니다. 멀리서 시작된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좁은 물길 하나가 닫히고 열릴 때마다 — 세계가 함께 숨을 멈추고, 함께 숨을 내쉰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린다는 것은, 결국 세계가 다시 숨 쉰다는 뜻이다.

물론 MOU의 잉크가 마르기 전까지, 이 이야기의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통행료라는 가시가 협상을 깨뜨릴 수도, 핵 협상이 다시 틀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 — 세계는 114에서 89로 내려온 그 숫자만큼, 조금 안도하고 있다.

다음 며칠, 호르무즈에서 들려올 소식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