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애도는 단계가 아니라 파도다

사별을 겪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

이른바 퀴블러-로스(Kübler-Ross) 5단계 모델. 1969년에 제시된 이 도식은 50년 넘게 슬픔을 설명하는 표준이 되었다. 그런데 정작 이 모델을 만든 본인이 — 말년에 이렇게 인정했다.

이건 임종을 앞둔 환자들의 심리를 정리한 것이지,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에 대한 모델이 아니다. 그리고 이걸 순서대로 거쳐야 한다는 식으로 읽힌 것은 내 의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이 도식은 세상에 너무 깊이 박혔다. 그리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은 — 아주 잔인하게도 — 자기 슬픔이 이 표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슬픔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나는 왜 분노 단계로 안 가지?"

사별 후 6개월이 지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용 단계까지 가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부정과 우울 사이를 왔다 갔다 해요. 내가 뭔가 잘못된 거겠죠?"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 5단계 모델이 잘못된 것이다.

실제 슬픔은 단계로 흐르지 않는다. 슬픔은 파도처럼 흐른다.

슬픔의 진짜 모양

깊은 사별을 겪은 사람들의 일기를 모으면, 거의 비슷한 패턴이 나온다.

  • 사고 직후 며칠은 얼떨떨함. 마치 누군가 자기 인생에서 한 챕터를 찢어낸 듯한 감각.
  • 1~2주 뒤, 통곡의 시기.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옴.
  • 한 달이 지나면 기능적 회복 — 일상으로 돌아감. 하지만 마음 깊은 곳은 여전히 무너져 있음.
  • 3~6개월쯤에 제2의 파도.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혼자 그 사실을 진짜로 마주하는 시기.
  • 1년쯤에 기념일 반응(anniversary reaction). 첫 생일, 첫 명절, 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슬픔이 새롭게 솟구침.
  • 그 뒤로는 — 평생 — 불규칙한 파도가 찾아옴.

이 흐름에 순서는 없다. 어떤 사람은 분노를 거의 느끼지 않고, 어떤 사람은 부정을 5년째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사고 직후 평온해 보였다가, 2년 뒤에 무너진다.

"단계"라는 거짓말이 잔인한 이유

5단계 모델은 슬픔에 진도가 있다는 환상을 준다. 마치 학년이 올라가듯이, 단계를 통과하면 졸업할 수 있다는 환상.

하지만 슬픔에는 졸업이 없다.

이 환상이 잔인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기 슬픔이 모델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슬픔을 의심하게 만든다. "나는 분노 단계가 없네 — 내가 정말 사랑한 게 맞나?" "수용 단계까지 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우울이 왔어 — 나는 후퇴한 건가?"

둘째, 주변 사람들이 시간표를 들이댄다. "벌써 1년인데, 이제 수용 단계 아니야?" "분노 단계 끝났으면 좀 그만 화내."

슬픔은 시간표가 없다. 슬픔에 시간표를 강요하는 것은 — 사랑에 시간표를 강요하는 것과 같다.

파도 모델

5단계 대신 더 정확한 모델이 있다. *파도 모델(Wave Model)*이다.

처음에는 파도가 거의 끊임없이 친다. 한 시간에 몇 번씩, 숨도 못 쉴 정도로. 시간이 지나면 파도 사이의 간격이 넓어진다.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하지만 파도의 높이는 줄지 않는다.

이게 핵심이다. 파도가 오는 빈도는 줄어들지만, 한 번 올 때의 깊이는 처음과 거의 같다. 5년 뒤에 듣는 그 사람의 옛 노래는 — 5년 전과 거의 같은 무게로 가슴을 친다.

이걸 알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나는 왜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렇게 흔들리지?"

그건 당신이 후퇴한 게 아니다. 파도가 도달한 것이다. 파도는 5년이 지나도 같은 높이로 친다. 다만 잘 오지 않을 뿐.

파도와 함께 사는 법

파도를 없애려고 하지 말자. 파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수영하는 법을 배울 뿐이다.

  • 파도가 올 때는 저항하지 말고, 잠시 떠 있자. 발버둥 치면 더 깊이 빠진다.
  • 파도가 지나가면 — 그것이 지나갔음을 인정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
  • 다음 파도가 언제 올지 예측하려고 하지 말자. 파도는 예고 없이 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도가 오는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파도가 친다는 것은 — 당신 안에 그 사람이 여전히 살고 있다는 증거다. 파도가 멈추는 날은 — 그 사람이 당신 안에서 진짜로 사라지는 날이다. 그러니 파도가 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별 후 5단계 모델에 자신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면, 오늘부터는 그 표를 버려도 된다.

당신의 슬픔은 틀린 모양이 아니다. 슬픔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단계를 통과하는 게 아니다. 당신은 파도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배움은 — 평생 계속된다. 그래도 괜찮다. 파도가 칠 때마다, 당신은 그 사람을 한 번 더 사랑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