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죽음을 미리 연습하는 일
언젠가 우리는 부모를 잃는다.
이 사실은 너무도 당연해서 평소에는 떠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인생에서 가장 깊은 슬픔 중 하나가 부모의 죽음이다.
그런데 이 슬픔에 대해 — 우리는 거의 준비하지 않는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부모가 아직 살아 계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준비에 대해.
준비하지 않으면 일어나는 일
부모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그 일이 일어났을 때 — 거의 무너진다.
심리학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
부모를 잃은 사람들이 가장 깊이 후회하는 것은 — 마지막에 잘 못 해드렸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 계실 때 이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 우리는 부모와의 시간을 소비한다. 어차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하면서. 그 가정 위에서 — 우리는 부모를 덜 만나고, 덜 듣고, 덜 묻는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을 때 — 후회의 무게가 슬픔의 무게에 더해진다. 왜 더 자주 가지 않았을까. 왜 더 많이 듣지 않았을까. 왜 더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 후회는 — 슬픔보다 더 오래 간다. 슬픔은 시간이 부드럽게 만들지만, 후회는 — 우리가 의식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평생 남는다.
미리 연습하는 일
부모의 죽음을 미리 연습한다는 것은 — 부모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다. 그 정반대다.
미리 연습하는 사람은 — 부모와의 시간을 진짜로 산다.
티베트의 죽음 명상에서 본 것과 같은 원리다. 언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오늘이 다르게 보인다.
부모와의 매번의 만남이 —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작은 자각 위에서, 그 만남이 가지는 의미가 달라진다. 명절에 잠깐 들르는 그 시간이, 평소 무심히 거는 통화 한 번이, 함께 먹는 평범한 저녁이 — 모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이 자각은 음울하지 않다. 오히려 — 따뜻한 정신 차림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추상적인 이야기 말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적어보자.
1. 부모의 이야기를 녹음하기
부모가 살아온 이야기를 — 한번 진지하게 들어보자. 어린 시절, 첫 직장, 결혼하기 전의 두려움, 자식을 키우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후회되는 순간.
이 이야기들은 — 부모가 떠나면 영원히 잃어버린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책에도 없다. 오직 부모의 입에서만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 녹음기를 켜고, 한 번만 진지하게 물어보자. 처음에는 어색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시작되면 — 부모는 평생 누구에게도 못 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그것은 — 당신이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이고, 동시에 당신이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2. 평범한 시간을 늘리기
부모와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려고 하지 말자. 생일, 명절, 결혼식 — 이런 시간은 의외로 진짜 시간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모이고, 음식이 차려지고, 사진을 찍고. 이 분주함 안에서 — 진짜 대화는 거의 없다.
대신, 평범한 시간을 늘려보자. 평일 저녁의 짧은 통화. 주말 오후의 산책. 아무 이유 없는 점심 식사.
진짜 관계는 — 평범한 시간 안에 있다. 부모가 떠난 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평범했던 시간이다.
3. 묻고 싶은 것을 묻기
부모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면 — 지금 묻자.
- 평생 가장 자랑스러웠던 일은 무엇이었어요?
-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이었어요?
- 어떻게 살라고 자식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 우리한테 미안한 일이 있어요?
-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모님의 비밀이 있어요?
이런 질문들은 — 부모가 떠난 뒤에는 영원히 답을 들을 수 없다. 그리고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 평생 마음 안에서 흐른다.
지금 묻자. 한 번에 다 못 묻는다면, 한 번에 하나씩이라도 묻자.
*4. 사랑한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행동을 하기*
한국식 가족 관계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 입에 잘 안 붙는다. 부모도, 자식도. 그래서 그 말을 못 하고 평생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말이 어렵다면 — 행동으로 하자. 매주 통화하기. 한 달에 한 번 들르기. 부모가 좋아하는 음식 사 가기. 부모의 사진을 휴대폰에 저장해두고 가끔 보기.
이 모든 것이 — 사랑한다의 다른 표현이다. 그리고 부모는 — 이런 행동을 말보다 더 정확하게 알아챈다.
"후회 없을 수 있는가"
부모의 죽음 앞에서 — 완전히 후회 없을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의 조건이다. 아무리 잘했어도,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은 늘 있다.
다만 — 후회의 깊이는 줄일 수 있다.
미리 연습한 사람과,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의 후회는 — 깊이가 다르다. 미리 연습한 사람의 후회는 작은 후회다. 조금 더 자주 갈걸.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은 사람의 후회는 큰 후회다. 왜 그 사람을 그렇게 무심하게 대했을까.
작은 후회는 시간과 함께 가벼워진다. 큰 후회는 — 평생 짐이 된다.
미리 연습하는 일은 — 미래의 자기에게 주는 선물이다. 미래의 당신이 — 작은 후회만 안고 갈 수 있도록.
부모도 마음 안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당신이 부모의 죽음을 미리 연습하고 있다면 — 부모도 마음 안에서 자기 자식에게서 떠나는 일을 미리 연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식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 자기를 자주 책망한다. 자식이 떠나고 나서 혼자 있을 시간을 자주 떠올린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떠날 때 자식에게 충분히 사랑을 남겼나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린다.
부모도 이 일을 — 마음 안에서 혼자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식에게는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부모와의 시간을 진지하게 보낸다는 것 — 그것은 부모에게도 작은 안도다. 내가 떠나도 이 아이는 괜찮을 것 같다. 그 안도가, 부모의 마지막 시간을 덜 두렵게 만든다.
미리 연습하는 일은 — 당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부모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모는 영원하지 않다. 이 사실은 모두 알지만, 진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다.
오늘 밤, 부모님께 짧게 전화 한 번 걸어보자.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목소리 듣고 싶었어라는 평범한 이유로.
그 통화가 — 미래의 당신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평범한 통화의 누적이, 언젠가의 슬픔을 — 후회가 아니라 충분히 사랑했다는 평온으로 바꾼다.
미리 연습하라. 서두르지 말고, 강요하지 말고, 평범하게. 그것이 부모의 죽음을 —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모양으로 다듬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