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끝이 있기에 만남이 빛난다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사랑은 어떻게 될까?

이건 단순한 사고실험이 아니다.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를 보면, 영원을 사는 존재들은 권태를 가장 큰 적으로 삼는다. 인간의 사랑이 그토록 격렬한 이유는 — 어쩌면 우리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역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끝이 있기에 만남이 빛난다는 진실에 대해.

영원의 따분함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에서, 어떤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사랑한다는 말도 의미가 없을 거야. 영원히 곁에 있을 사람을 굳이 사랑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처음 들으면 차가운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맞는 말이다.

사랑이 절절한 이유는 — 우리가 언젠가 헤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연인, 친구, 모든 깊은 관계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무의식적 자각 위에 서 있다.

만약 시간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누군가의 손을 꼭 잡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내일도, 모레도, 1억 년 뒤에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이라는 단어가 의미를 잃는다. 지금 사랑한다는 말이 언젠가 사랑한다가 되어버린다.

끝이 없는 사랑은 — 강도를 잃는다.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

일본인들은 벚꽃을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의 상징으로 본다. 사물의 덧없음에서 오는 깊은 아름다움.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예쁘기 때문이 아니라, 2주 뒤에 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약 벚꽃이 1년 내내 그대로 피어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벽지처럼 여길 것이다. 길가의 흔한 풍경. 굳이 멈춰서 볼 이유가 없는 것.

벚꽃이 빛나는 것은 2주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벚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도시락을 펴고, 가만히 멈춰 선다. 끝이 정해져 있기에 — 지금이 빛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를 벽지처럼 대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언젠가 떠난다는 것을 진짜로 안다면, 오늘 저녁의 평범한 식탁이 — 벚꽃처럼 빛난다.

죽음을 원망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종종 죽음을 원망한다. 왜 하필 그 사람을, 왜 하필 지금.

이 분노는 정당하다. 부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분노가 잦아든 자리에서 한 가지를 떠올려보자.

만약 죽음이 없었다면, 우리는 애초에 그를 그렇게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문장은 잔인하게 들리지만, 진실에 가깝다. 인간의 사랑은 — 인간이 죽기에 가능한 사랑이다. 인간의 우정은 — 인간이 헤어지기에 깊은 우정이다. 인간의 만남은 — 인간이 영원하지 않기에 빛나는 만남이다.

죽음은 사랑의 이 아니라, 사랑의 조건이다. 죽음이 없다면, 사랑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이 통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작동한다.

첫째, 떠난 사람과의 시간에 대한 시각이 바뀐다.

당신과 그 사람이 함께 보낸 모든 시간 — 그것은 유한했기에 진짜였다. 만약 영원했다면, 그 시간들은 강도를 잃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시간들은 짧았기 때문에 아쉬운 것이 아니라, 짧았기 때문에 그렇게 강렬했던 것이다.

이건 위로처럼 들리지만, 위로가 아니라 사실이다.

둘째, 남은 사람들과의 시간에 대한 시각이 바뀐다.

당신 곁에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 — 부모, 자식, 친구, 연인 — 은 모두 언젠가 떠난다. 이 사실을 추상적으로가 아니라 진짜로 받아들이면, 오늘 저녁의 평범한 통화 한 번이 다르게 들린다.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가는 일이 다르게 느껴진다.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식에게 입을 맞출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이렇게 속삭여라 — 내일 너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입맞춤의 의미가 달라진다.

차갑게 들리는가? 한 번 진짜로 해보면 안다. 전혀 차갑지 않다. 오히려 그 입맞춤이 처음으로 진짜 입맞춤이 된다.

만남의 빛

우리는 평생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 결국 유한하다.

이 사실은 슬픈 사실이지만, 동시에 —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이유다.

영원히 함께라는 약속은 사랑의 본질이 아니다. 사랑의 본질은 유한한 시간 안에서 서로를 향해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끝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나기 전까지 온전히 함께하기로 선택하는 일.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 죽음 없이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누군가를 잃었다면, 죽음을 원망하기 전에 한 가지를 떠올려보자.

당신과 그가 함께한 모든 빛나는 순간들 — 그것은 죽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빛이다. 끝이 정해져 있었기에, 그 시간들은 그렇게 깊었다.

그가 떠났다고 해서, 그 빛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빛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벚꽃이 진다고 해서 봄이 사라지는 게 아니듯이.